‘사상최대’ 16兆 빚잔치에 대출금리 쑥...은행들 ‘표정관리’
은행 가계 빚이 사상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가운데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며 은행 수익성 개선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는 0%대를 기록중이나 대출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은행과 차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나, 예·적금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14일 기준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은행이 운용중인 정기예금 상품 14개 중 2개(0.9%)만 제외하고 나머지 상품의 금리는 0.45~0.78%에 불과했다.
반면 5대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2.40~2.83%,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98~.72%로 집계됐다. 이같은 예대금리 차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88%로 2월(2.81%)보다 0.07%p 상승했으나,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금리 평균은 0.86%로 전월대비 0.01%p 오르는데 그쳤다.
이에 예대금리차(예금은행의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 금리 차이)가 1.91%p로 2019년 9월(1.93%) 이후 3년 반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 상승에 따른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덩달아 인상됐다.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추세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월 말 1.137%로 오른 이후 이달 들어 1.157%까지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공포감이 커지는 가운데 재닌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는 7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있어,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상승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예금금리는 당분간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도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유입중이다. 예대율도 100%에서 105%로 한시적 확대를 하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의 규제도 완화된 상황이다. 1분기 주요 은행들의 예대율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96.8%로 전분기 대비 1.4%p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98.4%로 같은기간 0.7%p 하락했다. 예대율 105%선까지 정부가 허용한 상황에서 예대율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예금 금리를 높일 요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예대마진 증대는 은행의 역대급 실적으로 이어졌다. 4대 은행의 1분기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42%로 지난해 말보다 6bp(1bp=0.01%p) 확대됐다. 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2조922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2.8% 올랐다. 2분기 실적 역시 장밋빛 전망이 예상된다.
다만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은행으로써도 부담이다. 4월 은행 가계대출은 1025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1000억원 늘어났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모주 청약이나 암호화폐 투자 등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 열풍이 거세다. 금리상승에 따른 부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1630조2000억원 기준으로 대출 금리가 1%p 상승하면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1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 차가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권의 NIM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진다면 결국 예금금리도 어느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대차가 확대됬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여전히 역대급으로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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